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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뉴스

종교 개종 강요, 헌법이 보장한 신앙의 자유 짓밟았다

by 브레드79 2025. 9. 13.

[기자 칼럼]

27세 청년의 죽음이 ‘종교 개종’이라는 이름 뒤에 묻힐 뻔했다. 국내 개신교 일부에서 벌어진 강제 개종 시도는 헌법이 보장한 신앙의 자유를 침해한 대표적 사건으로 기록된다. 고(故) 구지인 씨의 비극이다.

청년의 죽음으로 드러난 강제 개종의 민낯

2017년 말, 구 씨는 부모에 의해 전남 화순의 한 펜션에 감금됐다. 부모는 개신교 목사의 지시를 따르며 딸의 신앙을 바꾸려 했고, 신흥 교단에 속한 딸과 갈등을 겪어왔다.

구 씨는 이미 2016년에도 40여 일간 강제 개종 교육을 받다 탈출한 경험이 있었다. 이듬해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리며 피해 사실을 호소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2017년 12월 말, 재차 감금된 그는 탈출을 시도하다 가족과 몸싸움 끝에 질식했고, 2018년 1월 9일 끝내 숨졌다.

사망 원인은 가족의 폭력이었으나, 배후에는 개종을 부추긴 목사의 지시가 있었다. 피해자의 부모는 법정에 섰지만, 정작 강제 개종을 사주한 목회자는 책임을 피했다. 2007년에도 개종을 거부하다 남편에게 살해당한 김선화 씨 사건이 있었듯, 구 씨의 죽음은 강제 개종의 실체를 드러낸 상징적 사건으로 남았다.

인권 유린과 헌법적 자유의 붕괴

강제 개종은 단순한 가족 갈등이 아니라 인권 침해다. 납치, 감금, 폭행 등 범죄가 동반되며, 피해자 중 일부는 목숨을 잃었다.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강피연)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약 2천 건의 피해 사례가 보고됐고, 사망자는 최소 5명에 이른다.

헌법 제20조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럼에도 피해자들은 믿음을 이유로 가족에게 폭행·감금당하며 생명을 위협받았다. 특히 피해자는 20~30대 여성이 다수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여성이 상대적으로 저항하기 쉽지 않다고 여겨 주요 표적이 된다”고 분석한다. 가족주의와 가부장적 문화가 폭력을 가능하게 한 배경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망 피하는 개종 목사들

배후 세력으로는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등 일부 조직이 거론된다. 이들은 가족에게 ‘강제로라도 데려와야 한다’는 식의 조언을 하며, 상담료를 받고 개종 프로그램을 주관해왔다. 그러나 실행은 가족이 맡고, 목사들은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다.

문제는 법의 사각지대다. 납치·감금·폭행은 명백한 범죄지만, 가족 간 사건이라는 이유로 처벌 수위가 낮아졌다. 피해자가 직접 가족을 고소하기 어렵다는 점도 악용됐다. 수사기관마저 신흥 교단 신도를 색안경 끼고 보며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이 따른다.

언론의 침묵과 국제사회의 경고

구 씨 사망 이후 전국에서 추모식과 규탄 집회가 이어졌다. 시민 12만 명이 집회에 참여했고, 해외에서도 집회가 열렸다. 미국 주요 방송사와 유력 언론은 한국의 강제 개종 실태를 보도하며 인권 문제로 다뤘다.

반면 국내 언론은 사건을 가정 문제, 종교 갈등으로 축소하거나 침묵했다. 피해자와 단체가 거리 시위에 나서야 겨우 관심이 모였다.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제도 개선과 사회적 과제

전문가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 종교계의 자정과 국가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개신교 주류 교단은 배타적 시각을 내려놓고, 폭력적 개종 상담을 근절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강제 개종을 인권 침해 범죄로 규정하고 가중 처벌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인식이다. 가족이라도 개인의 신앙을 강요할 권리는 없다. 믿음은 스스로의 선택이어야 한다. 강제 개종은 가정과 공동체를 파괴할 뿐이다.

“제2, 제3의 구지인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유족의 호소는 여전히 유효하다. 신앙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국가와 종교계, 언론의 책임은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