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교황청 사법 역사상 최초로 바티칸 시국 내에서 발생한 성범죄에 대한 형사 재판이 2021년 개시되어 주목을 받았습니다. 바티칸 내부의 미성년자 신학교에서 벌어진 청소년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로, 당시 선배 학생이었고 이후 사제로 서품된 가브리엘레 마르티넬리 신부가 지목되었습니다. 피해자는 교황청에서 복사로 봉사하던 어린 신학생 L.G.였습니다. 해당 재판은 규모보다는 교황청이 자국 영내 성범죄를 직접 조사하고 법적으로 단죄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깊은 의미를 가집니다.
마르티넬리 신부의 범죄 행위는 2000년대 후반에 발생했습니다. 그가 바티칸 성 피오 10세 예비신학교에 재학 중이던 2007년부터 2012년 사이, 자신보다 어린 후배 신학생 L.G.에게 여러 차례 성적인 학대를 가한 혐의가 제기되었습니다. 피해자는 상급생인 마르티넬리로부터 지속적인 성폭력을 당했으며, 교내 책임자인 엔리코 라디체 신부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묵살되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러한 폭로가 2017년 언론 보도를 통해 공론화되자 교황청은 즉각 수사에 착수, 2019년 말 마르티넬리 신부와 이를 방조한 혐의를 받는 라디체 신부를 정식 기소하며 재판을 시작했습니다.
약 1년간 진행된 1심 재판 결과, 2021년 10월 바티칸 최초의 성범죄 판결임에도 불구하고 마르티넬리 신부에게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2008년 이전 행위는 당시 피고인이 16세 미만의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처벌 대상이 될 수 없고, 그 이후의 행위에 대해서도 폭행이나 협박에 의한 강간으로 볼 만한 결정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5년간 "여러 차례에 걸친 다양한 형태의 성적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이를 강요에 의한 범죄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논리로 큰 논란을 낳았습니다. 함께 기소되었던 라디체 신부 역시 은폐 방조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 및 공소시효 만료로 면죄되었으며, 이는 교회 내 책임자 처벌의 어려움을 재차 보여주었습니다.
교황청 검사격인 Promoter of Justice는 1심 판결에 불복하여 즉시 항소를 제기했습니다. 그 결과 2023년 말 열린 바티칸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의 일부 무죄 판결을 뒤집고 마르티넬리 신부에게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2024년 1월 공식 발표된 항소심 판결에 따르면, 마르티넬리 신부는 미성년자에 대한 부정행위 곧 "미성년 부패죄"가 인정되어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1,000유로의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다만 강간 등 가중 처벌이 따르는 혐의는 증거 불충분으로 인정되지 않았고, 유죄로 인정된 범죄 행위의 시기도 피고인이 만 16세가 된 2008년 8월부터 2009년 3월 사이로 한정되었습니다. 이는 피고인이 만 16세가 된 이후의 일부 행위만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었음을 의미하며, 그 이전 기간의 범행과 명백한 폭력·협박의 입증이 어려웠던 점이 판결에 크게 작용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의 완전 무죄 선고를 “부분적으로 뒤집는다”고 밝히면서,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1심 판단을 유지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러한 바티칸 법원의 최초 유죄 판결은 교황청 사법부가 성범죄에 연루된 자국 성직자에게 공식적으로 형벌을 부과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이정표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마르티넬리 신부 본인은 항소심 선고 후에도 추가 상고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법정 구속되지 않았으며, 교구 차원에서 사목 활동만 제한된 것으로 알려져 실질적인 처벌에 대한 논란이 남아있습니다. 한편, 피해 사실을 폭로했던 당사자는 이미 성직자의 길을 떠났으나, 바티칸 법원이 자신의 피해를 일부나마 인정하고 가해자에게 책임을 물은 것에 대해 늦게나마 위로를 받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번 사건은 가톨릭 교회가 '무관용 원칙'을 선언하며 성직자 성범죄 척결에 나섰음에도, 내부 시스템의 폐쇄성, 책임자 처벌의 어려움, 그리고 법적 절차의 한계가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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