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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뉴스

가톨릭 범죄, 언론과 정치로 덮을 수 없다

by 브레드79 2024. 12. 25.

포르투갈 리스본에 있는 가톨릭교회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가톨릭 교회는 전 세계적으로 신뢰와 영향력을 가진 종교 단체다. 그러나 성 학대 사건과 같은 내부 문제들이 폭로되면서 그 신뢰는 크게 흔들렸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교회가 문제 해결에 나서기는커녕 언론과 정치적 영향력을 동원해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교회의 도덕성과 투명성을 스스로 파괴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교회와 연계된 언론들은 사건을 덮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바티칸의 공식 신문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성 학대 사건을 심층적으로 다루지 않으며, 교회의 긍정적 활동만을 부각하는 데 급급하다. 국내의 가톨릭신문과 가톨릭평화방송 역시 교회의 이미지를 포장하는 데 치중하며 성 학대 사건 같은 중대한 문제는 피상적으로만 다룬다. 이는 언론이 본연의 역할을 저버리고, 권력의 은폐에 협조하는 모습이다.

 

정치적 개입 역시 심각하다.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같은 가톨릭 전통이 강한 국가에서는 성 학대 사건 조사가 반복적으로 지연되거나 방해를 받아왔다. 아일랜드에서는 수십 년간 이어진 성 학대 사건들이 교회와 정치권의 유착으로 은폐되었고, 포르투갈에서는 세계청년대회 같은 대규모 행사가 교회의 문제를 가리는 데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피해자 지지단체가 “포르투갈에서 4800명 이상의 어린이가 가톨릭 교회에서 성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광고를 통해 목소리를 냈지만, 교회는 이를 외면하고 축제의 성공만을 강조하는 태도를 보였다.

 

피해자를 기리겠다며 약속했던 기림비 건립조차 백지화된 것은 교회의 무책임함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런 행태는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며, 교회가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남긴다. 진실을 숨기고 정의를 외면하는 행위는 교회의 도덕성을 훼손하고, 신자들과 대중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가톨릭 교회는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하거나 문제를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듣고, 문제를 직면하며, 투명하고 철저한 구조적 개혁에 나서야 한다. 언론과 정치적 권력을 동원해 비판을 잠재우려는 시도는 결국 더 큰 비난과 도덕적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변화는 진실을 마주하고 책임을 다하는 결단에서 시작된다. 이 단순한 진리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