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스캔들’ 베추 추기경, 징역 5년6개월 선고

바티칸의 명성과 신뢰는 최근 큰 타격을 입었다. 조반니 안젤로 베추 추기경이 바티칸 법원에서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교회 내부의 심각한 부패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는 바티칸 기금을 이용해 런던 부동산 투자에 참여하고, 자신의 형이 운영하는 사르데냐 자선 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바티칸 재정의 투명성과 윤리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였다. 이번 재판은 바티칸 역사상 처음으로 추기경이 형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베추 추기경은 바티칸 기금을 불법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5년 6개월의 징역형과 8,000유로의 벌금, 그리고 공직 영구 박탈을 선고받았다. 그는 200만 유로의 바티칸 자금을 고위험 헤지 펀드에 투자해 막대한 손실을 입혔으며, 자신의 형이 운영하는 자선 단체에 12만 5,000유로를 기부하는 등 횡령 행위를 저질렀다.
이번 사건은 바티칸 내 구조적 부패 문제를 명확히 드러냈다. 고위 성직자들이 막대한 자금을 관리하면서 발생하는 불투명성과 비효율성은 바티칸 내부 신뢰를 크게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바티칸은 오랜 기간 재정 투명성 문제로 비판받아 왔으며, 이번 사건은 그동안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베추 추기경이 사용한 자금 중 일부는 '베드로 성금'으로,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이 기부한 돈이었다.
이 사건은 가톨릭 교회가 직면한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명확히 드러낸다. 교회 내부의 부패와 비리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신자들의 헌금을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사용한 행위는 명백한 사기이며, 종교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베드로 성금이란?
「가톨릭 대사전」에 따르면, 베드로 성금은 교황청의 재정적 손실을 충당하기 위해 전 세계 각 교구에서 자유로이 바치는 헌금이다. 이 헌금은 9세기 영국의 앵글로색슨족이 그리스도인으로 개종하면서 교황청에 납부한 세금에서 비롯됐다. 당시 알프레드 대왕은 교황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영주들로부터 돈을 모았다. 이후 신자들 사이에서 결혼식이나 장례식, 견진성사 시 따로 교황을 위해 헌금을 하기도 했다. 초기 베드로 성금에는 십자군 전쟁 군비를 위한 특별 세금이 포함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관행은 점차 사라졌다. 특히, 프랑스 혁명 후 교황의 정치적 권위가 땅에 떨어졌을 때 베드로 성금은 폐지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