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천주교 보도와 프레임 씌우기
한국 언론은 2027년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청년대회’를 다룰 때 행사 규모를 부풀리고, 마치 국민적 축제인 양 강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회 주최 측에서 전 세계 50~70만 명의 청년이 참가할 것으로 전망하면, 언론 보도에서는 이를 기정사실화하며 최대 100만 명 가까이 몰릴 것처럼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한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의 참석이 예상된다는 소식과 함께, 대회가 가져올 국제적 위상과 의미를 부각하여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있다. 국회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강조되며, 대회가 특정 종교 행사를 넘어 국가적 이벤트로 포장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한 국회의원들이 특별법을 발의해 정부위원회 구성과 예산 지원 등 전방위 지원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보도를 통해 마치 국가가 나서서 준비하는 국책 사업처럼 인식되도록 하고 있다. 요컨대, 언론은 세계청년대회 소식을 전하면서 참가 인원을 낙관적으로 부풀리고 정부 지원을 강조함으로써 행사를 범국민적 축제로 프레이밍하여 여론을 호의적으로 형성하고 있다.
교황 방문에 대한 보도 태도 역시 천주교에 대한 호의적 시각을 드러낸다. 한국 방문 당시 언론은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을 실시간 중계하며, 교황을 도덕적 권위를 지닌 성인으로 부각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의 소박하고 검소한 행보는 집중 조명되었고, 교황이 의전용 방탄차 대신 한국산 소형차인 기아 쏘울을 타고 이동하며 “나를 위해 복잡하게 움직일 필요 없다”는 뜻을 전했다는 일화는 주요 뉴스로 보도되어 교황에 대한 국민적 호감도를 극대화했다. 교황이 장애인과 고아를 안아주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만나는 모습도 상세히 전해지면서, 교황을 격의 없고 자애로운 지도자로 이미지화했다. 언론은 교황의 사회적 메시지도 대체로 긍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 전달했다. 예를 들어, 2014년 교황 방한 시 교황이 미사 집전 중 가슴에 단 노란 리본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제스처로 크게 보도되었는데, 이는 교황의 메시지를 한국 사회의 아픔과 연계하여 부각한 사례다. 그러나 교황이 전하는 보다 근본적인 사회 비판이나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는 언론이 크게 심층 조명하지 않는 경향도 있다. 즉, 교황의 발언 중 민감한 부분은 축소하거나 맥락을 희석시키고, 미담과 교훈 위주로 전함으로써 여론이 교황을 무조건적으로 존경하는 분위기로 흐르도록 유도하고 있다.
국내 언론은 천주교 지도자들을 다룰 때 비판보다는 존경과 예우를 앞세우는 경향이 있다. 역대 추기경이나 주교들의 사회적 발언은 언론 지면에서 마치 도덕적 권고처럼 다루어지곤 한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어록이나 행동은 언론을 통해 국민적 격언으로 회자되었고, 그의 선종 당시에는 한국 사회 전체가 애도하는 모습으로 보도되었다. 이러한 보도 태도 덕분에 천주교 성직자들의 발언은 대중에게 높은 권위를 부여받아 전달되고, 사회적 여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반면 개신교 지도자들에 대한 보도는 사뭇 다르게 전개된다. 언론은 대형 교회의 목회자들이나 개신교 연합기관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을 유지하며, 부정적 이슈가 있을 때 빠르게 보도하는 감시자 역할을 수행한다. 일부 개신교회에서 발생한 세습 논란, 횡령·배임 사건, 성비위 문제 등은 언론의 집중 취재 대상이 되어 왔다. 개신교 목사가 정치 현안에 대해 발언하면 논쟁적 인물로 묘사되거나 비판적으로 조명되는 경우가 많지만, 천주교 성직자가 사회 정의나 인권 문제에 대해 언급할 때는 비교적 우호적인 톤으로 다뤄진다. 이러한 차별적 보도 경향으로 인해 대중은 천주교 지도자들에게는 호의적이고 신뢰하는 태도를, 개신교 지도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비판적이고 경계하는 태도를 갖게 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언론은 공신력을 적극 활용하여 천주교 관련 이슈를 의제 설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방송사와 주요 신문은 천주교 행사나 인물을 다룰 때 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그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민 여론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형성되도록 유도합니다. 예를 들어, 세계청년대회와 같은 대형 천주교 행사에 대해 언론이 단순한 종교 행사가 아닌 국가적 이벤트로 의미를 부여하면, 시청자들은 이를 사회적 의제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경제지나 종합일간지에서는 이러한 행사의 경제적 효과까지 분석하여 보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을 인용해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로 생산유발 효과 11조원, 고용유발 2만4천 명에 달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고, 언론은 이를 크게 다루며 행사의 긍정적 가치를 부각시켰습니다. 추가 관광 수요, 국가 브랜드 제고, 사회 갈등 비용 저감 등 장기적인 사회적 의미까지 언급하면서 천주교 행사가 경제·사회 전반에 이롭게 작용할 것이라는 프레임을 제시했습니다. 언론사의 높은 공신력은 이러한 메시지를 대중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며,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천주교 관련 이벤트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됩니다. 이처럼 언론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천주교 뉴스를 일반 뉴스이자 호의적 이슈로 격상시키고, 형성된 긍정 여론이 다시 언론 보도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반면, 언론의 종교 보도 태도를 천주교 외의 다른 종교와 비교하면 그 온도 차가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개신교의 경우, 언론은 주로 갈등이나 논란 중심으로 보도합니다. 대규모 개신교 집회나 행사 소식을 전할 때도 그 취지나 의미보다는 주변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에 초점을 맞추곤 합니다. 예를 들어, 2024년 10월 서울 도심에서 수십만 명이 모인 개신교 연합예배를 다룬 지상파 뉴스들은 “차량 정체”나 “교통 혼잡”을 주요 제목으로 뽑았습니다. 행사의 목적이었던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 집회는 부각되지 않고, “주말 도심 교통 마비”와 같은 부정적 뉘앙스로 요약되었습니다. 언론은 개신교 관련 이슈에 대해 사회적 감시자의 역할을 자임하며 문제점을 찾고 비판하는 프레임을 주로 사용합니다. 반면 불교에 대한 언론 보도는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문화적인 접근을 특징으로 합니다. 불교 행사는 전통문화 계승이나 관광 자원으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으며, 부처님오신날 연등행렬은 교통 통제 소식조차 “도심 행렬로 일부 교통 조정” 식으로 안내될 뿐, 부정적으로 묘사되지 않습니다. 불교계 내부 문제는 웬만해서는 크게 다루지 않으며, 다루더라도 신중한 톤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천주교 관련 보도는 긍정적 프레임으로 일관되며, 현대 사회의 이슈와 결부시키면서 도덕적 권위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이러한 프레임 차이는 대중들의 각 종교에 대한 인식에도 그대로 이어져, 개신교는 “시끄럽고 논란 많은 종교”, 불교는 “조용하고 전통적인 종교”, 천주교는 “품위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종교”라는 이미지가 형성되었습니다.
결국 언론의 천주교 보도 방식은 특정 종교를 미화하는 반면, 다른 종교는 엄격히 감시하는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천주교 행사에 대한 풍부한 조명과 칭송 일색의 보도는 해당 종교에 대한 호감을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언론이 비판적 균형감을 잃을 위험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개신교에 대해서는 연일 부정적 보도가 이어지면서 여론의 냉소와 불신이 깊어졌고, 여론조사에서 개신교가 “비호감 종교 1위”로 꼽히는 상황까지 초래되었습니다. 물론 이는 각 종교계의 자성 노력과 행태에도 원인이 있지만, 언론의 프레이밍 역할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언론이 스스로 설정한 프레임을 돌아보고 개선할 때입니다. 특정 종교라고 해서 과도하게 우대하거나, 반대로 부정적 측면만을 강조하는 보도 태도는 지양해야 합니다. 대신 사실에 기반한 균형 잡힌 보도를 통해, 천주교든 개신교든 불교든 각 종교의 사안을 공정하게 다뤄야 할 것입니다. 천주교 관련 뉴스도 필요한 경우 비판적 시각을 포함하고, 개신교와 불교 관련 뉴스도 긍정적 측면을 함께 조명하는 식의 균형 잡기가 요구됩니다. 언론이 이러한 균형 감각을 회복할 때 비로소 대중의 여론 형성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건강한 종교 다원성 속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결국 언론 본연의 책무는 특정 종교의 홍보대사도, 어느 종교의 심판관도 아닌 공정한 정보 전달자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언론의 신뢰 회복은 물론, 우리 사회의 종교 간 조화와 성숙한 여론 형성에도 기여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